Genre : Adventure
Developer : Cool Blue Game Studios (Turkey)
Platform : Windows
Release : 2005
처음으로 케이블 TV 시청이 가능해졌던 어렸을 적, 가족들이 모두 잠든 틈을 타 몰래 어두운 거실로 기어나와 야밤의 케이블 영화 채널을 시청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HD 포르노와는 비교불가지만 당시는 매우 자극적이었던 19금 영화들과 더불어, 수많은 B급 공포영화들이 어렸던 나를 위해 비밀 상영되던 시간이었다. 지금 보면 원색적인데다가 어딘가 어설프고, 인조 고무나 플라스틱 냄새가 날 것 같은 특수효과들로 반죽이 된 영화들이지만 그것들만이 가진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한 향미를 요즘에는 쉬이 느끼지 못한다.
최근 선상의 공포 게임이나 공포 영화든간에 조금 나이를 먹고 정말로 공포스런 것은, 부양 가족 없는 월급쟁이의 연말정산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되면 참 시시해지기 마련이다. 살갗을 찢고 피칠갑을 한 영상에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서서히 마음을 옥죄는 음향효과 등 모든 것들을 동원해도 무덤덤한 이때에, 유일하게 흥미를 돋구는 것은 B급 혹은 저품질의 컨텐츠에서 느껴지는 알지못할 향수이다.
터키에서 만든 이 거칠고 어설픈 느낌의 어드벤처 게임은 그러한 향수를 다시 한번 불러일으켜준다. 핏물 속을 미끄덩거리는 듯한 효과음이나 스산한 분위기를 잘 살린 배경 음악은 훌륭하다. 그러나 이런 말초적인 감각을 위해서라면 메이저 배급사의 깔끔하게 연출된 공포를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신경을 거슬리는 음향을 바닥에 깔고 멋지게 디자인된 크리쳐들이 무도를 자랑하는 게임은 많다. AGS 엔진을 이용하여 제작한 아마추어 게임으로 정지된 삽화만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표현에는 한계가 있으며, 인물 디자인도 밸브사의 에디터를 이용하였기에 익숙한 모습으로 렌더링 되어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이 해볼 가치가 있는 것은 심하게 작위적이면서도 어딘가 애처로운 이야기 때문이다.
주인공 Burak Guney는 형사 출신의 탐정으로, 옛 동료의 부탁을 받아 실종 사건 수사를 위해 Krabalta town이라는 외진 마을을 홀로 방문한다. 3개월전 캠핑을 위해 마을을 들렀다가 실종된 대학생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과거 마을에 존재했던 차별과 그로 인해 증오로 가득찬 'The Lost one'의 악마 숭배, 저주,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더욱이 주인공의 잊고 싶은 과거가 이에 같이 녹아들어 기이한 '악몽' 속을 헤메게 된다. 신뢰하던 이로부터 살해당한 과거의 여인에 대한 죄책감, 질투, 증오심이 깊게 우러난 악몽은 주인공의 억눌려 있던 감정을 반영하여 현실과의 경계를 뭉그러뜨린다. 실상 악몽은 하나하나 현실과 연계되고 현실 속의 구원 또한 꿈 속을 통해 이루어진다. 꿈 속의 허상과 환청은 현실로 손을 뻗고, 이는 현실 속에서 주인공의 내적인 변화를 유도해낸다.
게임을 끝내고 나면 허망하면서도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휴일날 의식적으로 한낮까지 늦잠을 청하고 난 뒤 기이하고 애처로운 악몽을 꾸고 눈을 떴을 때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짧게 한번, 그 거칠었던 느낌의 악몽의 한켠을 떠올려보면, 표현할 수 없는 슬픈 무거움이 가슴을 짓누른다.
2011.03.03
Cibo
Ci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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